리더의 설득과 인지적 구두쇠
(아는 만큼 보고, 아는 만큼 움직인다)
엔학고레 소통아카데미
정경호 대표
인간에게는 고유한 지식체계 혹은 인식의 범주라는 스키마(schema)가 있다. 자신만의 지식창고에 새로운 정보와 의견들이 들어오면 일단 자신의 스키마와 유사한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자신의 인식을 확증해 주는 정보이면 그렇지 않은 정보보다 더 잘 기억하려 하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판단하면 본능적으로 저항한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스키마에 의존하여 현상들을 보려 하고 행동하려 한다. 쉽게 말해 아는 만큼 보고, 아는 만큼 움직이려 하는 것이다.
참고적으로 스키마와 유사한 개념으로 인지적 오류(Cognitive Biases)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인간은 무언가를 결정할 때, 과거의 인식에 얽매여 습관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만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90.9%)이 이런 인지적 오류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 주변에는 자기 생각에 갇힌 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입맛에 맞는 결론을 내리는 사람이 넘쳐난다는 의미다. 늘 부정적인 생각에 빠진다거나, 매사 흑백논리로 바라본다거나, 모든 일을 자신과 관련 있다고 단정 짓는 행위 등이 인지적 오류의 대표적인 예다.
거두절미하고 스키마라는 용어를 사용하든지, 인지적 오류라는 심리학 개념을 사용하든지 결론은 하나다. 인간은 생각보다 아집이 많다는 것이다. 즉, 아는 것은 별로 없으면서 작은 경험에서 비롯된 몇 가지 일들로 현상과 사실들을 객관화하고 일반화하려 한다. 한마디로 고집이 참 세다.
인지적 오류와 함께 사람은 정신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영역에서 가급적 생각하기를 귀찮아하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 한다. 즉, 정신적인 에너지와 인지적인 노력을 되도록 안 하려고 하며, 매우 간단한 단서만으로 쉽고 빠르게 사물과 현상을 판단하려 한다. 일명 ‘고정관념‘에 의한 사고와 판단을 하는 것이다.
인간이 고정관념의 ‘인지적 구두쇠’라는 가장 결정적이고 흔한 사례는 남녀 간의 소개팅이라고 할 수 있다. 잘생긴 남자 혹은 예쁜 여자가 나오면 그 사람의 성격도 괜찮을 것이라고 쉽게 판단한다. 사실 소개팅에서 상대방의 외모나 첫 인상은 매우 단순한 한 가지의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서 좋은 호감을 형성하고, 결과적으로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고정관념을 만들어 낸다. 이후에는 상대방이 하는 말이나 마음, 행동 등이 당연히 그의 ‘괜찮은’ 외모와 비슷할 것이라는 성급한 일반화를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인지된 첫 인상과 외모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변하지 않는 고정관념이 되어 상대방에 대한 판단을 좌우하게 한다. 일명 사랑에 눈이 멀고 눈에 ‘콩깍지(?)’를 경험하는 것이다.
매우 안타깝게도 보통의 사람들은 고정관념을 바꾸는 데 매우 인색한 인지적 구두쇠이기 때문에 새롭게 무언가를 깨닫는 것이 어렵다. 사고(思考)에 대한 귀차니즘과 관념(觀念)에 대한 고집이 무척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리더의 설득이란 구성원들의 수많은 고정관념과 인지적 스키마의 저항을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탁월한 설득을 위한 리더의 태도와 자세란 인지적 오류와 구두쇠인 보통의 인간을 다양한 관점과 표현으로 자극하고 동기부여하여 현명한 생각과 지혜로운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지적 구두쇠이자 인지적 오류를 일상으로 범하는 사람들, 구성원들을 위해 리더로서 탁월한 설득을 위한 3가지 기본적인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구성원의 지식체계를 잘 인지하는 것이다. 즉, 몇 가지 핵심의 질문들을 통하여 구성원의 지적수준을 확인하고, 설득의 도입부와 본론의 전개구조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손자병법에 이르기를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였다.
둘째, 특정한 업무주제와 관련해서는 구성원들의 인식과 민감도 등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 구성원의 관심과 관여도에 따라 설득을 위한 메시지 혹은 주장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과 열정이 전혀 없다면 아무리 설득하려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현명하게 다른 방법 혹은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좋다.
셋째,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정보들을 파악하는 것이다. 즉, 구성원들이 가진 정보의 양 뿐만 아니라 정보의 질도 분명히 포함되어야 한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정보들을 수집한 후, 리더는 그 정보를 종합하여 일정한 기준과 수준에 따라 유형화한 후에 설득의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탁월한 설득을 위해 리더는 구성원들 각자의 지식체계와 스키마에 맞춤형으로 지식과 정보의 원활한 전달을 도모하며 각자의 개별적 수준에 걸맞는 인지적 활성화를 시키는 것이 효율적인 설득을 위한 첫 번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설득하고 싶다면 이성적으로 말하지 말고 흥미롭게 말하라.’(벤자민 프랭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