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見)하지 말고 관(觀)하라
- 숫자를 통한 리더의 설득스피치
개인적으로 영화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반면 TV드라마는 성격상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가까운 지인의 추천으로 리더의 설득과 스피치에 관한 귀한 깨달음을 준 괜찮은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스토브리그’라는 제목의 16부작 드라마였는데 프로야구팀 대표와 단장 그리고 스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설득과 소통에 관한 내용이다.
드라마의 핵심배경과 스토리는 만년 꼴찌팀 ‘드림즈 야구단’에서 시작된다. 새로 부임한 백승수 단장은 제일 먼저 팀의 중요한 에이스인 임동규 선수를 퇴출시키려 하면서 야구단 스텝 구성원들로부터 엄청난 반대에 부딪힌다. 하지만 매우 객관적인 데이터와 뛰어난 프리젠테이션으로 그들을 서서히 설득해 나가는데 핵심은 감정을 배제한 철저한 숫자 중심의 명확한 근거들과 놀라운 해석력이다.
사실 프로야구단 단장이 퇴출시키려는 ‘임동규’라는 인물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국가대표 급 최고의 타자로 구단에서 가장 고연봉의 중요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런 최고의 타자를 방출하려고 하니 당연히 반대가 엄청났다.
새로 부임한 백승수 단장은 ‘임동규’ 선수를 조직에 해를 끼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고평가를 받고 있다고 판단하고 다음과 같은 객관적인 숫자와 근거들로 구성원들을 설득해 나갔다.
첫째, 최고의 평가를 받는 임동규 선수가 개인적인 타율은 3할 7리로 높은 것은 사실이나 결정적인 시기 팀의 승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즉, 팀이 순위 경쟁을 해야 하는 중요한 봄 시즌에는 힘 한번 제대로 못쓰다가 팀이 꼴찌가 확정된 가을 시즌에 홈런을 집중적으로 터뜨리는 등 팀 성적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매우 무의미한 강점이 있음을 데이터를 통해 강조하였다.
둘째, 구단에서 가장 큰 연봉을 가져갈 만큼 거포형 타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계량화된 수치만 보면 대단한 홈런타자 같지만 그저 중장거리형 타자로 야구장의 펜스가 연장되는 경우에는 홈런이 나오지 않고 있음을 시각적인 그래프로 보여주며 주지시킨다.
셋째, 가장 중요한 방출의 요인으로 자기중심적 성격으로 팀의 에이스였던 강직한 성격의 ‘강두기’ 선수를 강제적으로 나가게 한 것을 지적하였다. 즉 선수선발과 선수기용에 있어 선수단을 막후에서 조종하며 팀을 사유화 한다는 명백한 사실을 다년간의 사례들을 통해 입증하였다.
사실 소개한 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하는 리더의 설득과 스피치에 대한 핵심요소는 단순히 숫자로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통계치들을 완벽하게 분석하여 수치로만 판단할 수 없는 다양한 정성적인 요인들을 구성원들이 입체적으로 보게 하였다는 것이다. 즉 야구단 단장이라는 권력만을 믿고 막연하게 큰 자금이 소요되는 대형 타자를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스텝들과 구성원들의 냉철한 상황파악과 인식전환을 매우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들의 준비를 통해 체계적으로 도모하였다는 것이다.
리더로서 구성원을 설득하기 위해 숫자를 만들고 제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숫자만을 보고 그 이면에 숨겨진 다양한 의미들을 분석하고 찾아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게 된다. 구성원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유의미한 숫자들을 읽어내고, 타당한 해석에 따른 설득전략을 갖춰야 탁월한 리더의 설득스피치라고 할 수 있다.
지인을 통해 추천을 받고 처음 드라마를 접할 때는 리더십과 조직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주인공 백단장이 계량화된 숫자로만 설득하려 한다는 선입관이 있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무릎을 치게 만드는 놀라운 점은 반드시 숫자를 통해 탁월한 해석, 즉 중요한 포인트들을 짚어낸다는 것이고 그것으로 상대방의 고착화 된 생각들을 자극하고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외국에서 드라마의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하니 한국적 실정과는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숫자 이면의 해석과 통찰이 리더에게 얼마만큼 큰 설득의 힘이 되는지 깨닫게 하는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너무 홍보하는 것 같지만 꼭 한번 추천하는 바이다.
인문학에는 ‘견(見)하지 말고 관(觀)하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것을 보지 말고 드러나지 않은 것을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 진짜 중요한 것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의 리더는 숫자 이면의 정성적인 부분, 즉 드러난 현상을 통해 잘 드러나는 않는 중요한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들여다보는 노력이야말로 탁월한 리더의 설득과 스피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빛나는 것이 모두 황금은 아니다’
(영국격언)
정경호 박사
(엔학고레 소통아카데미 대표)